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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18년 9월 25일

   「물은 흘러서 강」은 1982년부터 1년 동안 「마당」지에 연재된 후 1984년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분단문제와 통일에 관한 작가의 관심이 보다 구체화되어 전후 남한의 농촌사회를 배경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구중서는「물은 흘러서 강」을 작가 이호철이 그의 골수에 사무쳐 있는 통일 주제에다 역시 몸으로 겪어서 아는 정치 수사(搜査)의 세대를 살로 붙여 지은 작품으로서 사건의 상황묘사 자체는 작가 이호철이 이 소설에서 묘사해 놓은 것이 탁발하게 정확하고, 심지어 분위기 묘사에 있어서까지 완벽하다. 이점은 한 시대의 사회상을 증언하는 가치도 지닐 것이라고 하면서 특히 우리나라 중원지방 한 강마을의 인정 세태가 활력에 넘치는 필치로 그려져 있는 것을 향토의 애상적(哀傷的) 서정이 아니라 ‘건강한 야성적 낭만’이라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물은 흘러서 강」은 정치소설 혹은 사건소설도 아니며 강월리라는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우직한 사람들이 분단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전쟁과, 전후의 후유증과, 통일의 정령(精靈)이 떠도는 이 강토 역사의 바람 속에 배회하는 몸짓들을 한(恨) 서린 필치로 그려놓은 것이지만 희화적인 사건의 분량이 너무 큰 점을 생각하여, 강월리 사람들의 야생적인 낭만의 삶과 또 분단체제 구조의 핵심에 대응하는 의식의 장이 추가되고 확대되어 속편이 필요한 소설이다. 이에 부응하듯 이호철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속편도 구상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1984년 6월 27일 기사(인터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장편소설 「물은 흘러서 강」 펴낸 작가 이호철 씨 분단 문제를 민중의 시각으로 다뤄-“속편도 구상” 소설가 이호철 씨(52)가 8년 만에 장편집 「물은 흘러서 강」(창작과 비평사)을 펴냈다. “지식층 등에서만 거론되는 분단 문제를 민중의 시각에서 다뤄 봤어요. 67년의 농촌을 배경으로 이슈중심으로 섰습니다. 낭만적 사실주의라고나 할까요.” 원고지 1,400장 분량의 이 소설은 76년 「그 겨울의 긴 계곡」을 발표한 이후 처음 손댄 장편으로 월간 「마당」지에 1년여에 걸쳐 연재됐었다.

   “마침 이틀 전이 6.25였습니다만 2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옛 감각으로만 다루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아픈 기억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비극을 극복해야겠죠.” 55년 단편 「탈향」으로 문학예술 지를 통해 데뷔한 그는 현대문학신인상 수상작인 「판문점」, 동인문학상 수상작 「닳아지는 살」 등 많은 작품에서 분단과 남북의 문제를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함남 원산 변두리의 농촌전산마을에서 태어나 6.25 때 월남한 그는 부산에서 부두노동을 하며 소설공부를 했었다. 분단, 남북문제는 그의 뼈저린 체험의 결과인 셈이다. 이 소설에서 희화적인 사건의 분량이 너무 커 속편을 구상중이라고 그는 밝혔다.

   이 시기 이호철은 1982년 5월 김동리, 김춘수, 이근배와 함께 「한국문학」6주년 기념 대담 ‘80년대 문학은 살아 있는가’에 대해 좌담했고, 단편 「결별」 ․ 「덫」을 발표했다. 실천문학사에서 발행한 「현대작가문제소설선」 이호철 편을 출간되었고 신한출판사 「한국대표신문학전집 8권」에 이호철 편이 수록되는 등 실천적인 문학 활동을 하고 있었다. 「물은 흘러서 강」은 그의 실천적인 문학 활동의 소산으로 분단문제를 지식인의 관념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민중의 시각으로 구체화했다는 데 일차적 의의가 있다. 분단문제는 종래의 지식인의 담론에 머물러 있었다. 주로 정치적인 차원에서 분단문제가 논의되었고 분단에 따른 민중의 생활은 배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분단문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분단이 민중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형상화한 것이 「물은 흘러서 강」에 나타난 작가의식의 초석이라 하겠다. 특히 변두리 농촌을 배경으로 농민의 삶을 다루고 있어 그 의미가 한 층 깊다. 그러나 「물은 흘러서 강」이 분단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념 문제에 천착하지는 않는다. 분단과 이념의 투쟁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는 농민의 삶이 낭만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작가는 낭만적 사실주의라 「물은 흘러서 강」을 설명하고 있다. 분단의 어려움에서도 인정을 잃지 않고 힘차게 살아가는 민중들이야 말로 통일의 희망이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이에 농민의 일상적인 삶이 작품의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물은 흘러서 강」의 농촌은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과는 맞물려 있지만 경제상황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혹은 농촌이 경제 성장의 수혜는 미약하지만 분단문제라는 정치적인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1971년에 시작된 새마을 운동 이전의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기의 농촌은 전근대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현대화 된 농촌보다는 문중과 인정이 남아있는 농촌이 분단문제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새마을 운동에 대한 평가는 따로 다루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이호철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후기에서 “운동 차원으로건, 문학 그 자체로건 과열되거나 이완(弛緩)이 올 때 자신들이 당장 처해 있는 자리를 한 번씩 점검해 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때 그 점검의 기준은, 일단 사람들 사는 현실 그 자체일 것이고, 실제 점검 방법은, 결국은 다시 또 쓰는 일로 귀착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이호철은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여 창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호철 선생은 2016. 9. 18.에 돌아가셨다. 그 분을 추모한다. 부디 평안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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