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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만원이다』(이하 『만원』)는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1960년대 서울은 8·15해방과 6·25전쟁을 지나 4·19의거와 5·18혁명으로 이어지는 격동기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자유 민주주의라는 서구 모델을 받아들여 새로운 사회로 나아간다. 1966년 서울은 아홉 개의 구에, 가·동이 380개나 된다. 동쪽으로는 수유리, 서쪽으로는 영등포, 동남 쪽으로는 천호동, 서남쪽으로 시흥까지 넓은 면적이지만 370만이 살기에는 부족했다. 이처럼 서울은 포화상태이지만 “일자리는 없고, 사람들은 입만 까지고 약아지고, 당국은 욕사발이나 먹으며 낑낑거리고, 신문들은 고래고래 헛소리만 지르는” 등 포화상태를 감당하지 못하고 어수선하다. 정치도 경제도 폭발적인 인구 유입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한발 늦게 따라오는 형국이다.
서울의 만원은 “한가운데 들어앉은 몇 안 되는 사람들로부터 바깥으로 향하여 불꽃이 튀어 나가듯 혹은 물이랑이 퍼져 나가듯 몇 겹으로 층이 둘러싸이는” 등 집단이기주의를 형성했다. 집단이기주의는 그룹을 형성하여 “첫째 그룹, 둘째 그룹, 셋째 그룹, 이렇게 수십 겹이 둘러싸이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소외계층이 발생하게 되었다. 상위 그룹에 속하면 “혈색은 좋으나, 돈맛은 더 알아서 외곬으로 영악해지고, 천신만고로 얻은 현 지체를 유지하려고 전전긍긍이”고, 소외계층으로 가면 “타고난 대로의 구수한 인정은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자질구레한 싸움은 노상 끊이지 않”게 된다.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성실보다는 요령, 일관한 신념보다는 눈치, 진실한 우정보다도 잇속, 협동보다도 적의”가 우선시 된다.
이처럼 만원은 다양한 인간 군상 특히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서울이 도시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60년대 서울의 도시화는 복잡다단하고,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북을 포함하여 전국의 사람들이 몰려 서울은 만원을 이루고, 여기에 맞춰 정치, 경제 등이 뒤이어 도시화가 이루어진다.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도시화는 수많은 사회문제를 파생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생활양식이 발생한다. 이를 관통하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돈’이다. 『만원』에 나타난 인물들은 선악 구분에서 벗어나며 도시를 살아가는 생활인이다. 이들은 선을 추구하지 않고, 물질적 가치를 추구한다.
『만원』에서 보여주는 서울의 인간사란 “서울에 사람은 만원이어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모두가 쓸쓸한 사람이”고 “이렇다 하게 연줄을 느낄 만한 근거도 없고 심각하게 연대감을 느낄 만한 끈테기도 없”이 “저저끔 제 나름으로 살아가다가 우연히 부딪쳐서 서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비슷하고, 그래서 잠시 인정을 나누고 서로 동정해 주고 딱하게 여겨 주고 어지간히 친숙한 투를 부리다가도, 어느 고비에 가서 헤어질 때가 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너무나 허망하게 헤어지는 것”일 뿐이다. 다만 인간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사람이면 사람을 통해서 사람을 배우고, 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결국은 그렇게 사람을 통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기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만원』은 이호철이 서울의 풍속도를 여과 없이 그린 작품이다. 이호철은 『만원』이 신문연재소설인 만큼 인물의 심리 묘사나 사건의 전개보다는 세태를 묘사하는 데 주목했다. 만원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작가가 전체를 조망하지만, 특정 인물에 대한 초점화나 사건에 우연을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1960년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날 뿐이다. 『만원』의 서사는 2020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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