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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머물러줘요. 말을 했지만
수많은 아픔만을 남긴 채 떠나간 그대를
잊을 수는 없어요. 기나긴 세월이 흘러도
<015B, 텅 빈 거리에서, 1990>
2019년도 1학기 강의를 마쳤다. 한 학기의 강의를 마치면 어김없이 강의 평가서를 받는다. 강의 평가서에는 학생들이 수업 만족도에 관해 채점한 문항별 점수와 합산 점수, 전체 석차가 적혀 있다. 여기에 더하여 학생들이 작성한 자유 문항이 따로 묶여 있다. 자유 문항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교수님 강의 최고예요.
수업 듣는 동안 너무 행복했어요.
앞으로 교수님 수업은 모두 들을게요.
나는 늘 그렇듯 자유 문항에 이런 글들이 적혀 있기를 바란다. 이런 글들이 적혀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한다. 이번 학기 수업은 학생들과의 소통이 남달랐기에 더욱 기대에 부푼다.
노잼
병맛
지루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늘 기대하지만, 결과는 이렇게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학기에는 전체 석차가 400등이라는 것이다. 늘 800등 정도를 하는데 성적이 두 배로 올라간 셈이다. 그런데 가만히 전체 석차를 보니 전체 강의 수가 450개 정도였다. 예전에는 900개 정도였는데 강의 수가 반으로 줄어 있었다. 성적은 그 전과 같은 셈이다. 강의 수가 반으로 준 것은 다음 학기부터 시간강사제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올해 2020년은 2월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의 강의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캠퍼스에는 꽃들이 만개했지만 찾아오는 학생은 드물었다. 그 많던 학생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학생들의 목소리와 웃음으로 떠나갈 듯한 강의실과 한껏 멋을 부리고 벚꽃이 흐드러지는 캠퍼스에서 사진을 찍던 학생들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낙엽이 지고 비바람이 분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의 부족한 강의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 얼굴들이 문득 생각날 때면 늘 수줍어했던 나의 모습이 계면쩍어진다. 나만 생각하고 학생 눈으로 생각하지 않아 힘들었던 지난날들도 이제는 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다시 오지 않으리라.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대들로 인해 나의 황량한 젊은 날은 봄이었으며 그 추억으로 인해 이 가을을 포근하게 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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