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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얼마 전에 겪은 방글라데시 대학원생 이야기이다. 그는 경북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올 2월에 졸업한 학생이다. 한국에 온 지는 2년이 넘었지만, 전체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그의 한국어 실력은 걸음마 수준이다. 그를 알게 된 것은 몇 달 전, 내가 아는 방글라데시인 자심을 통해서였다.
2020년 가을쯤에 나는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다른 지방으로 가고 있었다. 풍경을 즐기며 가던 와중에 자심에게서 전화가 왔다. 외국인 제자들이 나에게 전화할 때는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이다. 자심은 자신의 친구가 약사의 신고로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통역으로 함께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친구가 2019년에 몸이 아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의사 처방전으로 약국에 가서 약을 샀다고 한다. 문제는, 처방전 한 장을 가지고 있다가 통증이 심한 날에 그 처방전으로 약을 샀다가 약사에게 고발당했다고 한다.
자심이 한국말이 능숙하다고는 하지만 전화 통화만으로는 소통에 문제가 있다. 자심의 말을 들은 나는, 한국의 문화에 무지한 이 학생이 환자 보관용으로 약을 사러 간 걸로 이해가 되었다.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말을 배우지도 않고 한국인과의 접촉도 드문 이 학생은 약국 보관용 처방전과 환자 보관용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 같았다. 그 당시에 나는 처방전의 기한이 지났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나는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니 잘 설명하면 별일 없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자심은 경찰조사를 잘 마치고 왔다면서 경찰서에서 무슨 마약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걱정이 되던 자심과 그 친구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알아봐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경찰서에 몇 번이나 전화해 보았으나 담당 경찰이 어디를 갔다, 휴무이다 하는 통에 통화가 불가했다. 그러다가 한 경찰로부터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기 때문에 우리도 모른다.’는 대답을 들었다. 불안해하는 그 학생을 데리고 검찰청을 찾아 문의해 보았지만, 사건이 기소유예를 받았다는 내용만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을 방문한 그 날, 그 학생과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힌 우리는 휴대전화기 통역 앱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학생은 영어로 된 병원진단서와 약국 처방전을 보여주었는데 병명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 학생이 앓고 있는 병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앓았다는 그 강직성척추염이었던 것이다.
그때서야 나는 이 사건이 왜 이렇게 흘러가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천하의 재벌도 고치지 못한 이 강직성척추염은 자가면역질환이며 신체 내부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병이다. 보통 젊은 남자에게서 발병하는데 이 병이 있으면 통증이 심해서 일반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통증이 심하다 보니 조제된 약 속에 마약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던가 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국에서 마약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다가 이 약국에서 마약 성분이 포함된 이 약이 사용된 걸 알고 조사에 들어갔는데, 약사가 그전에는 아무 말도 없이 약을 팔아놓고는 갑자기 날짜가 지난 환자보관용을 가지고 왔었다면서 이 학생을 고발했다고 한다.
겨우 전체적인 사연이 이해되었지만 이미 경찰조사는 끝나버렸고 검찰은 기소유예로 사건을 마감해 버렸으니 이의를 제기할 기회도 변명할 기회도 없었다. 이 학생은 통증이 심한 강직성척추염이라는 병이 있었을 뿐이고 환자 보관용으로 약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인데, 사실상 한국에서 마약사범이 되어 버렸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방글라데시에서는 처방전 한 장으로 여러 번 약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약사는 피부색이 다른, 초라한 차림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을 것이다. 이 학생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나는 사전에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는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잊고 바쁘게 지냈다.
2021년 4월이 되어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이 학생은 출입국사무소에서 서류 한 장을 받자 나에게 다시 연락했다. 우리는 법원으로 가서 서류를 발급받아 다시 출입국사무소를 방문했다. 나는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에게 일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직원들은 검찰에 가서 해명할 것이지 왜 마약사범이 되도록 두었냐고 했지만, 나는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생각했고 어떤 오해가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으며, 알고 난 후에도 해결 방법을 몰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의 진단서, 처방전을 제출하고 사건 경위서를 썼다. 정상이 참작되어 비자가 연장되기는 했다. 하지만 마약사범이라는 범죄경력은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비자가 끝나는 대로 한국을 떠나야 하고 다시는 한국에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범죄경력을 없애려면 헌법소원을 해야 한다는데, 그런다고 한들 그게 받아들여진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이 250만을 넘었다고 한다. 그 수가 적을 때는 크게 존재감을 못 느끼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들에 대한 혐오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문화를 무시하고 맘대로 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든가 단순한 실수에서 벌어진 일로 중범죄자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최미경 anud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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