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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에 철 지난 옷, 부스스한 머리에 축 처진 어깨로 힘없이 걷던 그녀가 요즘 따라 걸음걸이에 힘이 있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안 그래도 코로나로 짜증나는데 무덥고 습한 여름에 찌들리다가 시원하고 아름다운 가을이 와서 기분이 좋나 보다. 힘들었던 여름도 가을 낙엽처럼 바람에 날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구나.
“요새,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갑지요?
”예, 요새 어디 좀 다닙니다.“
”어디 다니시는데요?
“심리상담소라고, 그런 데 있습니다.”
“거가 뭐 하는 덴데요?”
“심리치료하는 곳인데, 함 가보세요.”
“저야 뭐.”
“돈도 얼마 안 해요. 한 번에 8만 원.”
“8만 원이면 엄청 비싼데요. 뭐 하길래?”
“첫날 가니까 막 욕을 하라 카데요.”
“그래서 욕 했습니까?.”
“민망해서 가만히 있었지요. 근데 옆에 있는, 내보다 더 연약한 여자가 살포시 하데요. 그 길로 입이 터져서 온갖 욕을 다 했지요. 그러고나이 시원하데요.”
“욕 실컷 듣고 8만 원이면, 저는 4만 원에 해드리께요. 그라고 옵션으로 귀때기도 한 대 5천 원에 맞아 드리께요. 왜, 욕하다 보면 귀때기도 날리고 싶잖아요.”
“에이 그건 좀.”
“어려워마시고 그렇게 하세요. 저는 요새 애들 학원비 때문에 돈이 좀 급하거든요. 몇 명 모아 오시면 더 싸게 맞춰드리께요.”
“근데 저는 욕하면 발로 차고 싶던데요.”
“발도 됩니다.”
“정 그러시면 다른 분들한테 함 말해볼게요.”
그 후로 그녀는 복도에서 마주쳐도 별말이 없었다. 내 쪽에서 먼저 말하기도 계면쩍어서 마냥 기다렸는데, 그해 겨울이 지나고 그녀는 퇴사해버렸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허무했다.
“잘 지내세요? 놀면서 달성공원에 왔다가 생각나서 전화해봤어요. 언제 돼지갈비나 한번 먹어요. 맛있는 데 봐놨어요.”
“그래요, 담에 함 봬요.”
그녀는 퇴사 후 달성공원을 산책하다가 불곰이나 침팬지를 보고 내 얼굴이 떠올라 전화를 했을 것이다. 별다른 말이 없는 걸 보니 요즘은 마음이 편한가 보았다. 앞으로도 그녀가 편안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이동근 dk815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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