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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저는, 지인으로부터 외국인 차별에 대하여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차별이 존재하며, 일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일반인들이 무심코 저지르는 외국인 차별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평소에 생각하는 부분에 대하여 정리해보았습니다.
1. 당신은 외국인을 차별하고 있지 않나요?
외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쉽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곳이 식당입니다. 하지만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식당에서 받아주질 않습니다. 제가 한 번 스리랑카 여학생을 데리고 식당엘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식당 사장이, ‘먹는 장사인데 피부색이 시커먼 사람이 있으면 아무래도 손님들이 싫어하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나는 아직도 음식과 피부색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외국인이 병원에 가면 보증금을 요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40만 원을 요구했었고요, 이번에 대구이주민센터에 접수된 사례로는 혈액암에 걸린 베트남 근로자에게 3천만 원을 수술 보증금으로 요구했다고 합니다. 원래 한국인에게도 병원에 입원할 때 보증금을 요구하나요?
이주여성이 산부인과에서 촉진제를 맞고 유도분만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갓 태어난 아기가 대퇴골이 부러진 거예요. 누가 봐도 유도분만을 할 때 흡입기를 잘못 사용한 탓인 것 같은데 병원 측에선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딱 잡아뗐답니다. 한국인이었다면 병원 측에서 그럴 수가 있었을까요?
저는 외국인들과 함께, 대학병원에 자주 갑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이 250만 명이나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에는 이들을 위한 통역가가 없어요. 영어권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편합니다. 의사를 비롯하여 영어 잘하는 한국인들이 제법 있으니까요. 그러나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의 외국인을 위한 통역가는 거의 없어요.
33살 된 방글라데시 청년이 있습니다. 고향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와서 10년을 살았어요. 한 공장에서 10년을 근무했지요. 그런데 그 공장에 그와 함께 입사한 한국 사람은 지금 부장이랍니다. 월급도 많이 올랐겠지요? 하지만 방글라데시 청년은 아직 일반사원입니다. 월급도 아주 조금 올려줬고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입사나 퇴사를 할 때는 환영회, 환송회를 다 열어준답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가 입사, 퇴사할 때는 그냥 “가~”하곤 그만이래요.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한국 생활 10년 동안 아직 한 번도 그는 한국 사람 집에 초대받아 본 적이 없답니다.
베트남 여학생들이 기계과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했어요. 똑똑하고 일도 잘합니다. 그런데 22살 남자 신입이, 28살 베트남 누나들에게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한답니다. 여섯 살이나 적은 녀석이요. 게다가 그 남자 신입은 누나들이 자기 말대로 안 따라주면 공장 상급자에게 말해서 힘든 자리로 보내겠다고 협박까지 한대요. 한국 사람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수학한 후에 학부 과정에 진학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오자마자 여권을 빼앗는 대학교가 있어요. 그리고 일부 지역 보건소에서는 여권을 가져오지 않은 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는 하지만, 여권을 빼앗은 행위, 전염병 시대에 백신을 접종해주지 않는 행위 모두, 인간의 기본권을 해치는 일이 아닐까요? 사람은 누구나 다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석사과정 중인 학생이 이런 말을 하네요.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동아리에 찾아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 자리에서 모두 거절당했답니다. 한국 학생들은 그에게 이유를 말해 주지도 않고, 그냥 “외국인이라서 안 됩니다.” 그렇게 말한대요. 코로나 이후로는 식당 입장을 거부당한 적도 많다고 합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고 말을 해도 못 들어가게 한답니다.
또 다른 우즈벡 사람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백신을 맞으러 갔는데 한국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세금도 안 내는 외국인이 왜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맞느냐.”라고 말하더랍니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자기를 보면서 실실 웃더래요. “나도 세금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건 살 때 내는 세금은 세금이 아닙니까?”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도 외국인 청년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답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일하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과 똑같이 세금 낸다는 걸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을 만났을 때 “어디에서 왔어요?”라고 자주 묻습니다. 아시아권에서 왔다고 하면 “아……”라고 한대요. 그런데 유럽에서 왔다고 하면 “우와!” 한답니다. 왜 그럴까요?
2. 어떤 것이 보완되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차별금지법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에 대한 처우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기엔 250만 명의 외국인은 너무 많은 숫자잖아요.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베트남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민단체의 민간봉사 기관입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의 이주민을 위한 시민센터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한국인이 그들과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해주어야겠지요. 그리고 이주민센터 직원의 월급은 일반인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고 합니다. 지원을 요청하는 외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직원 한 사람을 더 쓰고 싶지만, 재원이 없다고 합니다. 직원의 월급 정도는 국가 보조가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최소한 대학 병원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등과 같이 다양한 나라의 통역가가 상주했으면 좋겠습니다. 상주가 어렵다면 비상 연락망이라도 갖추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했으면 좋겠어요. 또한, 외국인이 병원에 갈 때만큼이라도 동행해 주는 한국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인과 함께 병원에 동행해서 접수와 수납을 도와주고, 의사의 말을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해 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 제도가 있으면 좋겠어요. 외국인과 같이 병원에 가보면 외국인에게 불친절한 의사와 간호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3.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앞에서 식당, 공장, 병원 등에서 일어나는 외국인 차별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들었고,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몇 가지 제도적 보완책도 언급해 보았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번에는 평범한 일반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소한 행동에 대해 몇 가지 추가로 말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외국인을 이상한 사람 대하듯 쳐다보지 마세요. 특히, 제가 수염을 기른 무슬림 사람들과 길거리를 다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봐요. 저도 교회 다니는 사람입니다. 무슬림 사람과 이야기한다고 무슬림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둘째, 동정하지 마세요.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서 받은 대가로, 고향에 있는 부모와 가족을 부양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사는 것이 동정받을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의 배려나 친절은 좋은 것이지만 지나친 동정은 금물입니다. 불쌍하다는 인식을 버려 주세요.
셋째, 말을 끝까지 들어주세요. 한국말이 서툴러서 더듬거리거나,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신 없어 하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말이 좀 서툴더라도 귀찮아하지 말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조금만 더 경청하고 도와주세요. 그들은 우리의 작은 도움이 절실할 때가 많습니다.
넷째, 영어로 말을 걸지 마세요.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이 아주 많답니다. 오히려 한국어가 훨씬 편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여기는 한국이잖아요.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한국말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아는 외국인들이 아예 한국말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마시고 외국인이라서 한국말을 하지 못할 것이란 편견도 버려 주세요.
다섯째, 대학생 여러분들은 학교에서 만나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가끔 함께 밥을 먹어 주세요. 우리 딸이, 대학에서 만난 외국인 유학생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 여학생이 한국말도, 영어도 못하니까 관계 유지가 힘들더란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사사건건 도움을 요청해서 시간 낭비가 너무 많더랍니다. 대학생 여러분들이 바쁘다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가끔 식당에서 마주쳤을 때, 함께 밥 먹자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도움을 거절해야 할 때 무조건 피하지만 말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면 좋겠어요.
우리는 운 좋게도 대한민국이라는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가 이 나라를 선택하거나 선택당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출신 국가로 사람을 차별하고, 종교로 사람을 차별하고, 영어 사용 여부로 사람을 차별하고, 외모와 복장으로 사람을 차별합니다.
2021년 7월,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을 공식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국제적인 지위를 변경하였습니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돈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 정치체계, 격조 높은 문화를 갖출 때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소수자들의 인권을 챙겨주는 나라가 될 때,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선진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하려면 외국인을 포함한 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미경 anud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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