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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2년 11월 25일

   메타버스의 시대라고 모두 떠들썩하다. 머지않아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메타버스는 한국학의 영역에 아주 깊이 관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곧 메타버스에는 또 다른 한국이 생길 것이다. 남한, 북한, 가상한(?). 이렇게 현 인류에게 한국은 세 군데가 생기는 형국이다. 참으로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크나큰 걱정거리다. 한국학에 관한 논문이 대부분 공개되어 있어서 이를 악용하여 누군가 가상 한국을 이상한 나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왜곡투성이의 나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국토를 빼앗긴 적은 있어도 정신은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우리에 관해 진실하지 못한 정보가 퍼져나간다면 그래서 한국의 정신이 손상된다면 이는 국토를 뺏긴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동북공정이 메타버스에서 일어난다면? 일본의 역사 왜곡이 가상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인공지능은 인간이 남긴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인간처럼 움직이게 프로그램되어있다. 하지만 또 특정 데이터로만 학습을 시킬 수도 있다. 메타버스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진실이 오염될 소지는 충분히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한국학 데이터를 학문의 결과로만 볼 수 없는 시대다. 외교에서도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다. 정밀하게 정확도를 높인 데이터는 외교 전쟁에서 핵과도 같은 위력을 지닌다.

   카리브해에서 보물선을 인양하겠다고 나선 이들을 비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카리브해 앞바다에 1708년 침몰한 스페인 보물선 산호세호가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모두가 침묵했다. 보물선은 값나가는 옛 물건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몇백 년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타임머신이다. 혹시라도 지금의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단서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메타버스는 마치 보물선과도 같다. 선점하는 쪽이 무조건 소유권을 주장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흘러온 판도를 한 번에 뒤바꿀 수 있다.

   지금 논문을 쓰기 위해서 누구도 지필묵을 사용하지 않는다. hwp, doc, pdf라는 확장자도 곧 지필묵의 뒤를 잇게 된다. 지금이야 메타버스로의 접근성에 불편함이 커서 메타버스 플랫폼 사용이 시들해지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플랫폼 간 호환이 되는 메타버스만의 독립된 확장자로 정보를 교류하고 공유하게 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이럴 때 시각화를 구성하는 데이터는 권력이자 무기가 된다. 한국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그리고 동시에 한국을 전멸시킬 수 있는 한국에 관한 고급 데이터는 모두 전국의 한국학 연구 데이터베이스에 있다. 그것도 학자들이 연구해 피어 리뷰(peer review)까지 마친 아주 정교한 데이터다. 이러한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한국학 데이터로 ‘메타버스 한국학’을 누구보다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메타버스에서 한국을 지켜낼 ‘AI 한국이’도 만들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가상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을 정확하게 연구해서 제대로 알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가상 한국을 온전히 지켜내는 일이다. (E-mail: jacknroll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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