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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3년 9월 25일

# 이락(伊洛)

   이락(伊洛)이라는 말은 단일한 한 곳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래서 의미가 중첩되기도 하고 중층적으로 켜켜이 쌓이기도 한다. 그것은 여러 공간들의 의미가 혼재해 있고, 때로는 여러 주체들이 호명되어 만나고 떠나가기도 하는 그 어떤 것이다. 이들 주체와 공간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접속하고 머무르며 사라진다. 그런데 이들을 한 데 연결시키고 불러 모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바로 ‘유학의 도(道)’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단어가 여러 개의 의미를 가질 때 그것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고 여러 개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의성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애매하다.’, ‘모호하다.’라는 성질을 품고 있다. 그래서 그 단어를 명확한 하나의 의미로 고정시키지 못한다. 이러한 다의성은 하나의 단일한 진리나 의미를 추구하지 않고 즉, 고정된 의미를 해체시키며 그 의미들간의 긴장 관계를 발생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락에서는 그 양상이 다르다. 그래서 이락을 떠올리는 단상에서는 다의성을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려 한다.

   이락에 나오는 여러 주체와 여러 공간(사물)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가지지만 그것이 단일한 진리가 폐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단일한 이름이 시공간을 초월해 반복되거나 혹은 조금씩 변형되며 재생산되는 이유에는 유학의 도맥(道脈)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를 열망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여러 주체와 장소들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하나의 단어 안에 의미가 덧붙여지는 행위는 유학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종의 의식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락에는 어떠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을까.

# 이강(伊江) & 낙강(洛江)

   계명대 성서캠퍼스 서쪽에는 금호강이 흐르고 있다. 대구 지하철역으로 보면 강창역과 대실역 사이로 흐르는 셈이다. 강 넘어 두 지역 사이를 왕래할 수 있게 강창교가 놓여 있다. 강창교가 끝나는 지점과 금호강 물줄기 만나는 곳 산중턱에 이락서당이 있다. ‘이락(伊洛)’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금호강을 별칭으로 이강(伊江) 혹은 이천(伊川), 낙동강을 별칭으로 낙강(洛江)이라고도 한다. 이락은 금호강과 낙동강을 합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이락’이라는 단어의 연원은 11세기경 중국 주자의 ⏉이락연원록(伊洛淵源錄)⏊에서 전해져 오고 있다. 여기에는 이천과 낙수(洛水)가 흐르는 낙양에서 강학하였던 유학자 정명도(程明道)‧정이천(程伊川) 형제가 도통(道通)을 잇는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근 천년이 흘러 대구 계명대 근처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처에서 다시 ‘이락’이라는 이름으로 접속되고 있다.

# 이강(伊江) & 이천(伊川)

   이락서당 옆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이강(伊江)서원도 있다. 이강서원은 낙재 서사원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서원이다. 즉 이강은 낙재와 관련이 있다. 이천(伊川)은 금호강의 별칭이지만 유학자 정이의 호이기도 하다. 낙동강이 낙강이 된 것을 자연스럽지만 금호강이 이천 혹은 이 강이 된 것은 일찍이 정이천의 호가 이천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덧붙여 금호강은 지세가 낮고 평평하여 호수처럼 잔잔하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뱃놀이 하기에도 적합하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도 뱃놀이를 즐겼듯이 이곳 금호강에서 조선의 유학자들도 유학의 도를 잇는다는 듯이 뱃놀이를 즐겼다. 그 기록은 금호선사선유도를 참고하면 좋다.(dymauro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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