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한당 사씨의 이야기 -
<유한당사씨언행록>은 허구적 여성 주인공인 유한당 사씨의 언행(言行)을 중심으로, 사대부 가문의 여성으로서 일생 동안 겪을 법한 개인사적 일화를 일대기적 구성을 활용하여 제시한 조선후기 작자미상의 국문소설이다. ‘유한(幽閑)’이라는 사씨의 당호는 ‘부녀(婦女)로서 숙덕(淑德)이 높고, 그 인품이 얌전하다’는 의미의 ‘유한정정(幽閑靜貞)’이라는 말에 그 어원을 두고 있는데, 그 이름의 의미와 같이 <유한당사씨언행록>에서는 유한정정(幽閑靜貞)한 성품을 지닌 사대부 여성의 표본으로서 유한당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유한당은 조상 대대로 학문을 숭상해온 가풍을 직접 체화하고 표출함으로써 행실, 문장, 학문, 지식 등 모든 면모에서 일반적인 여성들과 차별화되는 ‘여중군자(女中君子)’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사대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됨으로써 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한당사씨언행록>의 내용 중 ‘소중화의식과 기자동래설에 입각한 역사 인식’ 일화에서는 사대부 집안의 며느리로서 중화적 세계관과 역사 인식을 갖추고, 시아버지의 대외적인 일에까지 참여하는 유한당의 모습이 등장한다. 시아버지와 동동한 위치에서 이야기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상의하고 해결하는 장면은 조선의 다른 여성들과는 또 따른 면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보고자 하는 것은 유한당이 사대부 집안 여성으로서 소중화의식과 당대적 역사 인식을 갖추고 집안 내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당장 보기에는 활동 범위가 집안 내로 제약된 여성으로서 일을 하는 것에 별다른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지식을 소양으로 갖추고 있음으로써 집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로부터도 소외를 당하지 않으며, 집안 대소사에서 한 사람의 주체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여성으로서 알아서는 안 될 지식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활동이 가내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여성들이 마땅히 알 권리가 있는 지식에까지 제한을 가해온 것이 지난날 역사이다. 혼인 후 시집에 들어온 여성들이 특정 역할을 잘 해주기를 기대하며 부분적인 지식을 집중적으로 교육시킨 것이 집안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서 여성을 수단화하는 것이었다면, 유한당의 경우와 같이 여성에게 학문 전반의 내용을 알려주고 가르치는 것은 집안 내에서 남성과 동등한 인격 주체로서 여성의 존재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으로서 여성 그 자체를 목적으로 대우하고자 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유한당사씨언행록>에서는 유한당을 통해 여성 스스로가 남성 이상의 소양을 지니고 사대부 집단의 학문과 지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집안의 어떤 일로부터도 소외 당하지 않고, 한 사람의 주체로서 모든 일에 주인이 되는 여성 지성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대부 집안의 여성이 당대 학문과 지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것은 유한당이라는 인물을 통해 알 수 있는 조선 여성 지성의 또 하나의 면모이자 유한당 형상화의 특별한 의의라 할 수 있다.(ost112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