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찾고 싶은 책이 있어 베란다 한 켠의 작은 창고를 정신없이 뒤진 적이 있다. 엉뚱하게도 책은 못 찾고, 난생 처음 보는 옛 디지털 카메라 하나를 발굴해 냈다. 소복이 쌓인 먼지, 당연히 켜지지 않는 전원, 잔뜩 부풀어서 빠지지 않는 sd카드에서 그동안 흘러 왔을 겁겁의 시간이 느껴졌다. 먼지는 털면 될 일이고, 충전기를 사서 충전하면 되고, sd카드는 교체하면 그만이다. 그리하여 내 손엔 제법 새 것 같은 디지털 카메라가 쥐어졌다.
하지만 손 안의 카메라는 작동이 꽤 느려 매번 두 박자쯤은 기다려야 했고, 해상도가 낮은 탓인지 결과물은 늘 뿌옇고 흐렸다. 심지어 sd카드 용량도 부족해서 호환되는 리더기를 구매해 매번 사진을 꺼내야 하는 수고까지 필요했다. 최신 카메라와 비교하면 분명 효율적이지 못하지만 묘하게 정이 가고, 외출할 때면 가방에 꼭 넣어 다니게 되는 아주 이상한 기계였다.
이 디지털 카메라는 2-30년 전, 휴대폰의 보급이 일반적이지 않던 그 시기에 부모님의 일상 속에서 기록을 담당하던 도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연스레 창고 어딘가에 보관되었고, 오랜 시간동안 잊혀졌다. 그렇게 기억에서 멀어졌던 디지털 카메라가 최근 들어서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고 보면, 최근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에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를 추천하는 영상이 자주 보인다. 기능 면에서 최신 스마트폰에 비해 불편하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디지털 카메라 특유의 빛바랜 듯한 색감과 한 장 한 장을 신중하게 찍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감성이 새로운 매력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신속하게 얻은 선명한 결과물보다 다소 느리고 흐릿하더라도 신중하게 남긴 결과물을 위해 이 낡은 기계를 다시 꺼내고, 심지어 원가보다 세 배 넘는 가격에 구매하기도 한다.
결국,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는 단순히 사진을 남기는 기계가 아니다. 신중한 손 끝으로 남긴 사진은 어딘가 어설프지만 지나온 세월과 옛 추억이 가득 남아있다. 요즘 사람들이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를 다시 찾는 것도 이러한 어설픔,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옛것의 감성이 그리워서가 아닐까. 빠르고 편리한 것만이 당연해진 이 세상에서, 조금 느리고 완벽하지 않은 기록이 주는 여운은 더 크게 다가오는 듯하다. (wwonyxx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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