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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상징 중 하나다. 선사시대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호랑이, 단군신화 속 웅녀와 더불어 인간이 되고자 했던 호랑이, 삼국시대의 벽화와 신라 금속공예 속에서 이미 등장한 호랑이의 형상은, 힘과 용맹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한국의 민화?특히 까치와 호랑이 그림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케데헌’은 한국 전통의 미감과 신화적 상징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해석한 시각예술 프로젝트인데, 그 중심에는 언제나 호랑이가 있다. 한때 두려움의 존재로 그려졌던 호랑이는 민화 속에서 점차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까치를 바라보며 눈을 찡긋하거나, 엉뚱한 표정을 짓는 호랑이는 백성들의 꿈과 바람, 그리고 풍자의 상징이었다. 권력을 풍자하고, 어려운 세상을 웃음으로 이겨내려는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추석 연휴 시작이었던 올해 10월 3일, 긴 휴식의 공기 속에 아이들과 함께 백두대간 수목원을 찾았다. 날씨도 흐리고 대구에서 출발하여 안동을 거쳐 영주, 봉화를 지나 찾아간 백두대간 수목원은 다소 먼 여정이었다. 수목원에 도착하여 바로 찾아간 ‘호랑이숲’ 철책 너머로 본 호랑이의 눈빛은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슬펐다. 어린 시절 책 속에서, 민화 속에서 수없이 보아온 ‘호랑이’였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본 그 존재는 생각보다 고요하고, 차분함을 지닌 생명이었다.
백두대간에서 만난 호랑이는 그 민화 속의 호랑이와는 또다른 기운과 위엄을 풍겼지만, 어쩐지 ‘익숙한 눈빛’을 느꼈다. 어쩌면 그것은 수백 년 동안 우리의 이야기와 예술 속에서 이어져 온 ‘호랑이의 기억’이 아닐까 싶다. 산신으로, 수호신으로, 혹은 이웃처럼 곁에 있던 존재이었던 호랑이는 늘 인간의 세계를 경계하며 살아왔다.
우리 대학교 행소박물관 특별전시실에도 ‘까치와 호랑이’ 민화가 현재 전시되어 있다. 화폭 속 호랑이는 사납지 않고 오히려 어딘가 여유롭고, 눈빛은 호기심과 장난기가 섞여 있다. 사람들에게 길운을 전하고, 세상의 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호작도(虎鵲圖)’는 단순한 장식화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우리 조상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긴 연휴가 끝나고 박물관 전시실에 걸린 ‘까치와 호랑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까치가 전하는 기쁜 소식, 그리고 그 소식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호랑이. 그 둘의 관계는 마치 인간과 자연, 혹은 과거와 현재의 관계처럼 느껴졌다. 백두대간의 숲에서 느낀 그 숨결이, 민화의 색감 속에서 다시 살아 숨 쉬는 듯했다. (ksc815@kmu.ac.kr)
 사진 1. 백두대간 수목원 호랑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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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까치와 호랑이 그림 (행소박물관 특별전실 전시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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